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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안보 분야의 정책결정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국회의원 정 몽 준 | 기사입력 2013/12/18 [13:22]

우리의 안보환경이 예측불허의 상황에 들어서고 있다.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고, 중국은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북한은 며칠 전 장성택을 공개적으로 숙청한 후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국제정세가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북한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몽준 의원(동작을)     ©동작투데이
우리의 외교안보 시스템이 과연 오늘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북한과 우리의 주변국들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핵심정보를 정책결정자들이 어떻게 공유하는지, 그리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조정 시스템이 있는지, 어느 것 하나 분명한 것이 없다. 

최근에 우리 군의 독도상륙훈련이 있었는데 이것은 독도를 분쟁지역화 시키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처럼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외교부와 상의 없이 국방부가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 외교 안보 관련 부처를 통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무총리가 외교 안보 분야의 조정 업무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정부 내에 별도로 외교 안보 분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결정하는 기능을 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다. 만일 총리가 외교안보분야를 책임지고 조정할 수 없다면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때로는 청와대 안보실장이 안보관련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안보실장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보좌관일 뿐 외교안보의 책임을 질 법적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은 외교안보 체제를 끊임없이 다듬고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수집능력과 효율적인 외교안보정책결정 과정을 갖추고 있는 나라들도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이를 재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하여 CIA와 FBI는 물론 국방성과 국무성, 재무성과 에너지성 등에 산재해 있는 기존의 16개 정보기관들을 총괄하여 대통령에게 종합적인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이달 초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신설하여 총리, 관방장관, 외무상, 방위상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 간의 업무를 조정하고 보좌하는 기능 뿐 아니라 정책입안도 맡도록 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제 18차 3중전회의를 통하여 국가안전위를 신설하고 대내외 안보문제를 총괄하는 강력한 체제를 출범시켰다.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정확한 고급 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국정원이 장성택 숙청사건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확보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국정원 댓글사건이 보여주듯이 국정원의 역할과 조직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정보수집능력 자체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국정원에 대한 불신 때문에 국정원의 국내부문을 없애거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답이 아니다. 대신 대북·해외부문과 국내부문 사이에 방화벽을 두어서 국내부문에서 야기되는 문제가 대북·해외부문을 위축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내부문은 국내부문대로 정치개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대북·해외부문을 국내부문과 분리시켜 대북·해외 정보수집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국정원장이 관장하는 ‘국제정보판단실’을 둠으로써 안보관련 정보를 국가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수집, 분석하고 정세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정보전문가들을 포진시킬 필요가 있다. 국회의 정보위원회도 앞으로 각급 정보기관이 정보수집을 합법적으로 하는지 불법적으로 하는지 감독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양질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관련 핵심부처 인사들이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제도도 정착시켜야 한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외교안보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중요 정보를 일부 기관이 독점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과거의 고질적인 병폐를 일소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 국방, 통일부, 국가정보원, 검찰 등 외교안보의 핵심 부처들 간에 장관급 회의는 물론 차관급 회의도 정례화 함으로써 중요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함은 물론 부처 간 원활한 소통이 가능케 해야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여 외교, 국방, 통일 정책을 총괄할 실질적 책임자를 두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과 같이 우리도 국가안보회의 (NSC)를 설립하여 외교안보를 책임지게 하고 책임에 따르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외교 안보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급변사태와 기본축이 흔들리고 있는 외교안보 상황 하에서 우리가 국가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정보의 수집력과 분석력, 정책수립 능력이 있는지 기초부터 재점검해야 할 때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정치가 불신 받고 있는 시기이다. 정치의 공백이라는 지적도 있고, 심지어 국회해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의 공백이 외교안보의 공백으로 이어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서둘러 외교안보 분야의 종합적 정책결정 시스템을 정비하고 국회는 초당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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